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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의 체인지업·소형준의 선발수업, '꿈의 첫 승' 거둔 1차 지명 에이스 [IS 인터뷰]

"네가 상현이구나."지난 3월 수원에서 열린 개막 2연전 때였다. 수원 KT위즈파크 웨이트 훈련장에 원정팀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찾아왔다. 신인으로 첫 시즌을 준비하며 어색해하던 원상현에게 다가온 선수는 바로 삼성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우완 에이스로 성장한 원태인. 원상현은 "같은 원 씨라고 반가워하시면서 먼저 인사해주셨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돌한 신인은 인사 한 마디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체인지업 좀 가르쳐주십쇼"라며 다가갔다. 고등학교 시절 체인지업 장착에 실패했다는 그는 KBO리그 최고의 체인지업 투수인 원태인에게 노하우를 물었다. 상대 팀이지만 원태인은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SNS) 다이렉트 메시지(DM)로도 원상현에게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원상현은 제3의 무기를 찾았다. 포심 패스트볼과 커브에만 의존하던 단조로운 패턴에서 벗어났다. 원래는 비시즌 필리핀 캠프에서 스플리터를 배우려고 했지만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연마하던 체인지업을 다시 꺼내 들었고, 제춘모, 배우열 투수코치에게 배우면서 연구하던 중, 원태인의 도움으로 탄력을 받았다.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원상현은 지난 25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체인지업으로 프로 첫 승을 거뒀다. 이날 원상현의 체인지업 비중은 45.8%로 직구(39.8%)보다 더 높았다. 체인지업을 앞세워 6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거뒀다. 앞선 1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슬라이더까지 곁들여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원상현은 "13일 SSG랜더스전 패배(2이닝 7실점)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단조로운 구종 패턴을 벗어나 체인지업 구종 가치를 늘리면서 하나하나씩 발전해나가자는 마음으로 던지고 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라며 만족해 했다. 2024년 2차 신인 드래프트 1라운더 원상현은 사실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선발 투수가 아닌 마무리 투수를 꿈꿨다. 경기를 마무리짓고 포효하는 마무리 투수를 동경해왔다. 하지만 한 선수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 2019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18세 이하 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소형준의 투구를 보고 선발 투수의 매력에 눈을 떴다. 소형준은 당시 슈퍼라운드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친 바 있다. 원상현은 "그때부터 (소)형준이 형의 영상을 엄청 찾아봤다. 언젠간 형처럼 멋진 선발 투수가 돼서 청소년 국가대표에 뽑히고 프로에 지명되고 싶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소형준이 있는 KT에 지명돼 함께 동고동락할 기회까지 생겼다. 원상현의 지명 직후 각오는 "제2의 소형준 되기"였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소형준은 현재 재활 훈련 중으로 1군에 없다. 하지만 메신저나 전화로 꾸준히 원상현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성격 급한 원상현에게 "무작정 공만 던지려고 하지 마, 상황을 보고 판단해서 천천히 공을 던졌으면 좋겠다"라며 후배의 선발로서의 멘털까지 잡아주고 있다고. 마무리 투수 박영현도 원상현의 소중한 멘토 중 한 명이다. 현재 원상현의 곁엔 소중한 동료도 있다. 입단 동기 육청명이다. 두 선수는 신인이지만 나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다. 고영표, 소형준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두 선수가 재능을 인정받은 것. 원상현은 "옆에 (육)청명이가 있다는 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나와는 다르게 차분한 친구라 배울 점도 많다. 서로 격려하면서 뜻깊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원상현은 올 시즌을 '배움의 한 해'로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제 영표 형, 형준이 형이 돌아올 것을 생각하면 선발로 뛸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까진 최선을 다해서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것이 목표다. 어떤 보직이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 한 시즌을 보내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인천=윤승재 기자 2024.04.2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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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수원] "공이 정말 갔나" "그게 좀 찝찝"…동상이몽 고영표의 첫 이닝 '위기관리'

결국 희비가 갈린 건 '1회'였다.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KT 위즈-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양팀 감독은 전날 경기 1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일 맞대결을 10-6으로 승리한 이강철 KT 감독은 "(고영표가) 두산전 위기 때는 맞았는데 어제는 위기관리 능력이 있었다"며 "1회 또 그러기에 '공이 정말 갔나(구위가 떨어졌나)'라는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 1회를 최대한 넘겨야 한다고 했는데 넘기면서 자신감을 갖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2일 선발 등판한 KT 고영표는 6이닝 7피안타 무실점 쾌투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시즌 첫 등판인 지난달 27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 부진(4이닝 13피안타 9실점)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1회 초 박찬호와 김도영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이강철 감독이 구위를 의심하기도 했지만, 고영표는 버텼다. 소크라테스, 최형우, 이우성을 모두 범타 처리해 실점하지 않았다.2회 이후 순항한 고영표는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건재를 과시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1회) 선취점을 뽑았으면 좋은 게임할 수 있었을 거 같다. 연속 안타가 나오고 난 뒤 한 점만 빼냈으면 우리가 유리하게 갈 수 있었을 거 같은데 그게 좀 찝찝하더라"며 "점수를 많이 내고 많이 주고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1회 한 점만 빼냈으면 싶은 생각이 아직도 있다"고 아쉬워했다.수원=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4.0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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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잊혔던 1차 지명 신인의 'KKK' 부활 찬가 [IS 인터뷰]

'KKK'시범경기지만 삼진 3개로 1이닝을 막았다.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시범경기에서 KT 위즈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전용주는 1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1km/h에 그쳤지만, 슬라이더와 포크볼 변화구가 춤을 췄다. 특히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세 번이나 이끌어냈다. 우타자를 상대로 한가운데, 몸쪽 낮은 볼, 몸쪽 높은 볼 슬라이더를 차례로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비록 시범경기 1이닝뿐이었지만 이날 전용주의 호투는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지난해 왼손 투수 기근에 시달린 KT로선 든든한 지원군이 한 명 생긴 셈이다. 지난해 KT는 좌완 기근에 골머리를 앓았다. 선발 웨스 벤자민을 제외하고 불펜에서는 필승조로 분류될 만한 좌완 투수가 없어 고민이 많았다. 결국 좌완 불펜 투수 없이 한국시리즈에 나선 KT는 좌타자가 즐비한 LG 트윈스를 상대로 1승 4패를 당하며 준우승했다. 이강철 감독은 시리즈 도중 "왼손 투수가 없다"라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하지만 KT는 지난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시장과 2차 드래프트에서 왼손 투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당시 나도현 KT 단장은 "내부 좌완 투수들의 가능성이 더 좋다고 봤다. 기존 선수들을 육성하는 게 더 낫다는 감독님의 판단이 있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KT는 지난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왼손 투수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고, 박세진과 전용주가 이강철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2019년 1차 지명 선수인 전용주는 사실 입단 후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9년 1군 4경기에 그쳤고, 지난해엔 15경기에 나와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4.35로 가능성을 보였으나 오래 가지 못했다. 잔부상이 많았다. 지난해엔 1군에서 잘 던지다가 팔꿈치 인대 파열로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전용주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감독님이 '왼손 투수가 없다'고 하신 말씀을 들었다. 그때 아파서 익산(KT 2군 경기장)에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아쉬웠다"라면서 "지난해 잘 풀리나 싶어서 좋았는데 또 아파서 많이 아쉬웠다. 한국시리즈는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서고 싶은 꿈의 무대아닌가. 내가 부족해서 기회를 잡지 못했다"라며 지난해를 돌아봤다. 지난해 아쉬움이 크게 남아 있기에 전용주는 더 이 악물고 새 시즌을 준비했다. 올 시즌 다시 잡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그는 "팀에 왼손 투수가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전용주는 "감독님께서 변화구 그립이나 투구 폼 등 매커니즘 면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시범경기에서 감독님, 코치님 피드백에 맞춰 던졌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조금 더 익숙해지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라며 웃었다. 고영표와 우규민부터 신인 원상현까지 자유롭게 질문하고 소통할 수 있는 팀 분위기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선배들의 조언 덕분에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그는 "내가 잘해서 기대에 부응하면 좋겠지만, 안 돼도 노력하면 된다는 마인드로 공을 던지고 있다. 오늘 못해도 꼭 내일도 못한다는 건 없지 않나. 지나간 건 빨리 잊고 다음을 준비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라며 달라진 자신을 소개했다. 마음의 여유를 찾은 그는 이제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아프지만 않으면 잘할 투수"라는 이강철 감독의 평가처럼, 이제껏 자신을 괴롭혔던 부상만 조심한다면 KT가 원하는 좌완 필승조에 올라설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안 아프고 야구할 수 있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올 거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을 던지겠다"라며 새 시즌 각오를 다졌다. 수원=윤승재 기자 2024.03.1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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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허리 보강, 하체 연마…단단해지려는 곽빈 "목표는 160이닝"

"KBO리그에서 잘 던진다고 하는 투수들을 보면 160이닝 이상은 던지더라. 나도 그 대열에 끼고 싶다."곽빈(25)은 지난해 두산 베어스의 간판 투수였다. 12승 7패 평균자책점 2.90으로 데뷔 후 가장 많은 승리,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2018년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했던 그의 잠재력이 비로소 온전히 터진 한 해였다.2024년, 곽빈의 기량에 대한 물음표는 더 이상 없다. 남은 게 건강 이슈다. 곽빈은 지난해 23경기 등판에 그쳤다. 그해 5월 7일 LG 트윈스 도중 허리 통증을 느껴 말소됐고, 같은 달 31일 복귀했으나 통증을 느껴 또다시 휴식기를 보냈다.곽빈은 지난 29일 호주 스프링캠프로 출국하기 전 인터뷰에서 "지난해 허리가 좋지 않았던 만큼 비시즌 동안 허리 강화 훈련을 많이 했다. 체크해 보니 이전에 비해 허리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전했다.건강해진 만큼 올해는 규정이닝 진입, 그 이상을 노린다. 곽빈은 "KBO리그에서 잘 던진다고 하는 투수들을 보면 160이닝 이상을 소화하더라. 나도 그 대열에 끼고 싶어 160이닝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규시즌 이닝 1위는 라울 알칸타라(두산·192이닝)였고, 리그에서 160이닝을 넘긴 건 총 11명이었다. 말 그대로 각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들만 이름을 올렸다. 투구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집중했다. 올겨울 곽빈은 제구와 구위 강화로 이어지는 하체 강화에 힘썼다. 그는 앞서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다녀온 후 "일본 투수들은 공을 정말 살살 던지는 것 같은데도 구속이 155㎞/h가 나온다"며 "대표팀 동료들과 얘기하면서도 많이 느꼈다. 고영표(KT 위즈) 형은 우리나라에서 제구가 제일 좋은데, 하체를 정말 신경 쓰신다. 그때 많이 깨달았다. 이후 하체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많이 했다"고 했다.오프시즌 하체 단련에 대해서도 묻자 "너무 만족스럽게 잘 됐다. 스프링캠프에서 최원준(두산) 형과 1대1로 운동하기로 했다. 원준 형이 최근 일본으로 개인 훈련을 가서 배워 온 운동을 함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구종 활용법도 선배들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함께 연구할 계획이다. 곽빈은 최고 155㎞/h 강속구에 주 무기 커브, 그리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고루 던져왔다. 곽빈은 "원준 형이 일본 투수들은 볼카운트를 잡는 공과 헛스윙을 잡는 공으로 (용도를) 나눠 쓴다고 하더라. 캠프에서 (포수인) 양의지 선배와 얘기하면서 이 부분을 정립하고자 한다. 구종은 (추가할 필요 없이) 충분히 다양하게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이승엽 두산 감독은 출국 전 "외국인 투수 두 명과 곽빈은 선발 로테이션 확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도 그를 등판시켰고, 국내 에이스라고 언급할 정도로 믿음을 보였다. 곽빈도 책임을 느낀다. 그는 "감독님 기대에 부응하도록 잘하겠다"며 "잘될 때 사람이 나태해지면 안 된다. 보장된 자리는 없다는 생각으로, 항상 그랬던 것처럼 초심을 지키고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1.3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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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장안문 수문장으로 우뚝, 'KT의 시작과 끝'이 된 고영표

5년 총액 107억원. 구단 최초의 비FA(자유계약선수) 다년계약. 구단의 역사가 써진 날 고영표(33)는 수원의 대표 관광지 장안문을 찾았다. 추운 날씨 정장 위에 구단 점퍼를 여맨 고영표는 장안문 앞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며 ‘수원의 기둥’이 됐음을 알렸다. 고영표는 25일 KT와 5년 총액 107억원(보장액 95억원, 옵션 12억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10순위) 지명을 받고 KT에 입단한 ‘창단 멤버’ 고영표는 37세가 되는 2028년까지 KT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됐다. KT 최초의 ‘원클럽맨’ 프랜차이즈 스타를 예약했다. 앞서 체결된 타 팀의 투수 비FA 계약 규모보다 크다. 2022년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이 5년 총액 90억원(연봉 70억원·옵션 20억원), 구창모(NC 다이노스)가 6+1년 총액 132억원(연봉 88억원·옵션 44억원)에 소속 구단과 계약한 바 있다. 2021년엔 박종훈(5년 65억원)과 문승원(5년 55억원)이 이상 SSG 랜더스와 비FA 다년계약에 성공했다.고영표의 계약 규모는 메이저리그(MLB)에서 2022년 돌아온 김광현(SSG)이 맺은 4년 최대 151억원보다는 낮다. 앞서 2021년 말 미국에서 복귀한 양현종도 KIA 타이거즈와 빅딜(4년 총액 103억원)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KBO리그에서만 뛴 선수로는 고영표가 초특급 대우를 받았다. 고영표의 비FA 다년계약은 발표 이전부터 화제였다. 고영표는 2024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으나, KT가 예비 프랜차이즈 스타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비FA 다년계약을 제시했다. 최근엔 구단이 고영표에게 5년 100억원대의 금액을 제시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이는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KT 후배들도 “FA 선수들보다 핫한 선수”라며 고영표를 추어 올리기도 했다. KT 위즈의 공식 유튜브 ‘위즈TV’가 24일 공개한 ‘고영표, 당신도 다년계약을 할 수 있다’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소형준, 엄상백 등 후배 투수들이 고영표에게 “요즘 누구보다 핫하다”며 놀리는 장면이 소개됐다.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김재윤도 고영표에게 “왜 다른 FA보다 네가 더 핫하냐”라고 하기도 했다고. 더 나아가 소형준은 “(고)영표 형은 수원의 기둥 아닌가”라면서 “전봇대? 전봇대보다 더 큰 게 뭐 있죠”라며 창단 멤버인 고영표를 계속 추어 올렸다. 그러자 고영표는 소형준과 엄상백에게 “(각자 수원 화성의) 문 하나씩 지켜”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수원의 상징인 수원화성의 장안문과 팔달문, 화서문 등을 언급하면서 후배들과 함께 수원(KT)에서 오래 뛰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들의 농담은 곧 현실이 됐다. 공개 하루 만에 구단이 그의 계약을 공식발표했고, 고영표는 단장실과 그라운드에서 사진을 찍은 뒤 수원 장안문으로 이동해 공식 사진을 하나 더 찍었다. 문 앞에서 수문장처럼 당당히 선 고영표는 파이팅 포즈와 함께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계약을 자축했다. 구단 관계자는 "연고 지역인 수원과의 상생을 의미하고, 연고 지역의 문지기로서 수원 KT 위즈와 영원히 함께 하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라고 설명했다. 고영표도 "장안문이 연고 지역을 수원을 대표하는 명소인데, 이렇게 계약 후 사진까지 찍으니 책임감이 느껴진다. 앞으로도 FA 선수들이 이런 전통을 이어나가면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고영표는 KT에서 통산 7시즌을 뛰며 231경기에 등판, 55승 50패 7홀드를 기록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선발승을 따내며 KT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3시즌엔 82경기에 출전해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63회 기록했다. 이는 전체 투수 중 1위다. 퀄리티스타트+(QS+·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역시 40차례로 1위다. 고영표는 ‘고퀄스(고영표+퀄리티스타트)’라는 별명도 얻었다. 고영표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해주신 구단에 감사하다. KT 창단 맴버로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앞으로도 팀이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리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말했다.윤승재 기자 2024.01.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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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점대 BB/9·압도적 QS' 고영표, 100억원 쓸만하네

KT 위즈가 에이스 투수 고영표(32)와 비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추진 중이다. 계약 기간은 5년, 금액은 아직 조율 중이지만 큰 틀에서는 합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이뤄진다면 고영표는 구단 역사상 첫 ‘비FA 다년 계약’의 주인공이 된다. 30대 후반까지 계약 기간을 보장하면서 고영표는 KT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KT가 제안한 계약 규모는 앞서 타 팀의 투수 비FA 계약 규모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이 5년 총액 90억원(연봉 70억원·옵션 20억원), 구창모(NC 다이노스)가 6+1년 총액 132억원(연봉 88억원·옵션 44억원)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고영표는 5년 100억원대의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고영표는 2024시즌을 마치고 FA가 될 예정이었다. 일찌감치 ‘투수 최대어’를 예약하고 있었다. 고영표는 지난 시즌에도 타 팀의 주전급 선수 여러 명과 트레이드설이 돌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선수. 이에 KT는 구단의 예비 프랜차이즈 스타인 고영표를 반드시 잡아야 했고, 2023시즌을 마치고 비FA 다년 계약을 논의에 돌입해 합의 단계에 이르렀다. 고영표는 최근 3시즌 동안 82경기에 출전해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63회 기록했다. 이는 전체 투수 중 1위다. 퀄리티스타트+(QS+·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역시 40차례로 1위다. 특히 지난해 그의 9이닝 당 볼넷 수는 0.98개로, KBO리그 역대 최소 기록을 달성했다. 볼넷 대비 삼진 비율도 6.00(114삼진/19볼넷)으로 압도적이었다. 성적뿐 아니라 고영표는 팀의 투수조 조장으로서 리더십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다가가 조언을 아끼지 않는 한편, 남다른 자기관리로 후배 선수들의 귀감이 되곤 했다. 주장 박경수가 "고영표가 투수조를 잘 이끌고 있어 걱정이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소형준, 엄상백 등 젊은 선수들도 고영표를 잘 따르며 KT의 ‘강철 마운드’를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 KT가 100억원대 최대 규모로 고영표를 잡으려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KT는 이번 계약을 추진하면서 “고영표는 구단의 프랜차이즈 선수로 기량이 뛰어난 것은 물론 성실한 선수다”라고 말한 바 있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로 KT 유니폼을 입은 고영표는 이번 비FA 계약에 성공한다면 구단 최초의 ‘원클럽맨’ 프랜차이즈 스타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윤승재 기자 2024.01.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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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최고투수상 뜨거운 삼파전, 최고구원투수상 주인공은 서진용 유력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가 공동 제정한 '2023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이 12월 4일 열린다. 2023년 한 시즌을 정리하는 축제에서 최고투수상과 최고구원투수상의 영예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한 시즌 동안 마운드를 탄탄하게 지킨 최고투수상은 KT 위즈 고영표(32)와 LG 트윈스 임찬규(31),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24)의 삼파전이 예상된다. 고영표는 올 시즌 28경기에 나와 174와 3분의 2이닝을 책임지며 12승 7패 평균자책점(ERA) 2.78을 기록했다. 토종 투수들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도 21차례(리그 2위)나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QS+(7이닝 이상)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17회를 기록했다. 9이닝 당 볼넷도 0.98이나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팀이 최하위에서 2위까지 수직 상승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고영표는 2021년에도 조아제약 최고투수상을 수상한 좋은 기억이 있다. 당시 그는 11승과 리그 QS 1위(21회), 1점대 볼삼비(1.46)의 우수한 성적으로 팀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견인, 최고투수의 영예를 안은 바 있다. 2년 뒤 다시 한번 영광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고영표의 대항마로 손꼽히는 임찬규의 활약도 강렬했다. 올 시즌 30경기에 출전해 14승 3패 ERA 3.42를 기록, 다승 3위(14승), 승률 2위(0.824)에 오르며 LG가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데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14승은 토종 선수 중 가장 많은 승수다. 임찬규는 한국시리즈 3차전에 선발 출전해 3과 3분의 2이닝 1실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김광현(35·SSG 랜더스)과 최고투수상 경쟁을 펼친 안우진은 올해에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후보에 올랐다. 다만 9월 팔꿈치 수술로 중도 이탈한 것이 아쉽다. 24경기에 나와 9승 7패 ERA 2.39를 올린 그는 시즌을 완주하지 못한 가운데서도 리그 ERA 2위, 탈삼진 2위(164개)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한편, 일간스포츠는 1994년부터 매년 최고의 활약을 펼친 불펜 투수에게 ‘최고구원투수상’을 시상, 불펜 투수들의 위상을 높여온 바 있다.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2006·2008·2012·2013·2021년)을 비롯해 고우석(2022년) 정우람(2011·2018년) 등 해당 시즌 팀의 뒷문을 탄탄하게 지킨 선수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에도 쟁쟁한 필승조 투수들이 후보에 올랐다. 우선 리그에서 가장 많은 세이브(42개)를 기록한 서진용(31·SSG)이 강력한 수상 후보다. 올 시즌 69경기에서 42세이브 ERA 2.59를 기록한 그는 KBO 최초로 단일 시즌 '노블론 30세이브'의 주인공이 되며 승승장구했다. 서진용은 SSG 구단 역대 최초의 40세이브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올 시즌 KT에서 32세이브를 올린 김재윤(33)도 최고구원투수상 후보 중 한 명이다. 김재윤은 5승 5패 32세이브 ERA 2.60으로 맹활약하며 2021년 이후 3년 연속 30세이브 위업을 달성했다. 김재윤은 이번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4년 총액 58억원에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 최고구원투수상 후보다운 활약을 인정 받았다. 윤승재 기자 2023.11.30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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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음 시즌이 온다...이강철 감독이 "지지 않았다"라고 말한 이유

한국시리즈(KS) '패장'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졌지만 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LG 트윈스에 우승을 내준 걸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야구는 계속되고, KT는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는 동력을 확인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KT는 지난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LG와의 KS 5차전에서 2-6으로 패하며 시리즈 4번째 패전을 당했다. LG에 우승을 내줬다. 2차전과 3차전 모두 믿었던 불펜진이 역전을 허용하며 내줬고, 이후 꺾인 기세를 되찾지 못했다. 이강철 감독 개인적으로도 다사다난했던 시즌이다. KBO리그 대표 지도자로 인정 받고 가장 권위 있는 야구 국제대회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사령탑이 됐다. 하지만 1라운드 탈락이라는 참사의 책임자가 됐다. 소속팀 복귀 뒤 치른 KBO리그 정규시즌에선 주축 선수들의 연쇄 부상 이탈로 전력이 떨어지며 10위까지 추락했다. KT는 이런 악재 속에서도 2년 전 통합 우승 팀 다운 저력을 보여줬다. 이강철 감독 이후 항상 그랬듯이 올스타 브레이크 전후로 전열을 정비한 뒤 치고 올라섰다. 결국 2위까지 올랐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저력을 보여줬다. KT는 준플레이오프(PO)에서 정규시즌 3위 SSG 랜더스를 잡은 NC 다이노스의 기세에 밀리며 PO 1·2차전을 내줬지만, 내리 세 경기를 이기며 KS 무대를 밟았다. KS 1차전에서도 열세 전망을 딛고 3-2로 승리하며 기세를 높였다. 이후 LG에 4연패를 당하며 우승을 내줬지만, KT는 조연으로 올가을을 빛냈다. 선발 투수 소형준, 간판타자 강백호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치른 분투였기에 더욱 그랬다. 이강철 감독은 KS 5차전이 끝난 뒤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얻은 게 많은 해였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 해줬다. 우리는 졌지만, 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강철 감독이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한 점은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다. 2년 차 우완 박영현은 데뷔 2년 차에 정규시즌 홀드왕(32개)에 오르며 미래 마무리 투수로 떠올랐다. PS 무대에선 박영현 입단 전에 기대 받던 손동현이 빛났다. 그는 PO 5경기 모두 등판해 실점 없이 완벽투를 펼치며 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두 선수는 KS 1차전에서도 선발 투수 고영표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남은 3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물론 두 투수는 실패도 맛봤다. 2차전 7회 말 2사 뒤 손동현은 박해민에게 볼넷을 내주며 실점 빌미를 줬고, 박영현은 이어 상대한 김현수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8회는 박동원에게 역전 투런홈런을 맞고 패전(스코어 4-5) 투수가 됐다. 결국 우승에 실패했지만, 이강철 감독은 젊은 투수들이 PS 무대에서 고전한 경험도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KT는 불펜 안정화를 통해 강팀으로 거듭난 팀이지만, 김재윤·주권 등 몇몇 투수 의존도가 적지 않은 편이었다. 세대 교체가 필요할 때 박영현과 손동현이 성장했다. 5차전에선 부진했지만, 앞서 강인한 투구를 보여준 이상동도 있다. 2023년 야구를 끝났지만, 2024년이 기다리고 있다. 이강철 감독의 시선도 거기에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11.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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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문턱에서 막힌 마법, "우리는 내년에 더 강해질 겁니다"

“우리는 더 강해질 겁니다.”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한 KT 위즈 선수들이 내년 시즌 반등을 다짐했다. KT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2-6으로 패배,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우승에 실패했다. 1차전 승리로 9부 능선을 넘는 듯했지만, 2~5차전에서 내리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 후 KT 선수들은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LG 선수들의 우승을 축하한 뒤 빠르게 짐을 싸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현장 스태프들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치며 격려했고, 몇몇 선수들은 껴안고 토닥이며 서로를 위로했다. 라커룸에 모인 선수들은 이강철 감독과 코칭 스태프들의 시즌 마지막 격려의 한 마디를 듣고 경기장에서 퇴장했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 놓고 “10위에서 이렇게(2위) 올라온 팀 없다. 정말 잘했다”라며 격려했다. 코치진이 빠져나간 뒤엔 주장 박경수을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이 나섰다. “우리가 못했다기보단 하늘에서 결과를 정해준 거다. 지금까지 너무 고생했고 잘해왔다. 우리는 10위에서 2위까지 올라온 팀이다. 고개를 들자”라며 서로를 응원했다. KT의 젊은 선수들은 이번 한국시리즈를 통해 값진 자양분을 쌓았다고 이야기했다. 에이스 고영표를 비롯해 배정대, 손동현, 박영현 등 KT의 현재이자 미래인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내년엔 더 강해질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고영표“올해 여러 위기가 있었는데 선수들이 잘 버텨주고 지켜준 덕분에 2위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내년엔 시작부터 건강하게 출발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거라 생각한다.”배정대“(결과가) 슬프다. 한 시즌이 끝난다는 것 자체가 슬프다. 우리 선수들에게 정말 잘했다고 얘기하고 싶다. 올 시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하늘에서 성장하라는 의미로 내려준 일들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는 조금 더 겸손하게, 때로는 자신감 넘치게 뛰는 선수가 되고자 한다. 내년엔 KT가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마무리할 거라고 생각한다.” 손동현“행복한 한국시리즈였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조금 더 잘했으면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다. LG가 우승한 걸 보니까 나도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올겨울에 준비 잘해서 내년엔 우리 팀이 저렇게(우승) 할 수 있도록 하겠다.”박영현 “이번 KS를 계기로 내년과 내후년 준비 잘해서 가을야구에 도전하고 싶다. 아쉽게 지긴 했지만 분위기는 괜찮다. 내년에 더 준비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넘기려고 한다. 10위에서 2위까지 올라왔다. 이런 팀의 일원이라는 게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올해 홀드왕(32개)도 되고 국가대표(아시안게임)도 돼서 금메달도 땄다. 우승까지 했으면 너무 많은 꿈을 (빨리) 이루게 됐을텐데, 이제 이 꿈 하나만 바라보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잠실=윤승재 기자 2023.11.1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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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도 안 벗고 벤치에 덩그러니, '투혼의 아이콘' 외인 투수에게 준우승은 가혹했다

모두가 퇴장한 더그아웃. 한 선수만은 벤치에 앉아 멍하니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롱패딩을 단단히 여매고는 있지만 스파이크는 벗지 않았다. 가만히 벤치에 앉아 상대 팀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봤다.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였다. KT 위즈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2-7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시리즈 전적 1승 4패를 달성,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1승 3패 벼랑 끝에서 KT는 총력전을 대비했다.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6차전 선발로 예고됐던 쿠에바스까지 불펜에 대기시키겠다고 했다. 지난 8일 KS 2차전에 나서 6이닝 2실점을 기록한 쿠에바스를 나흘이라는 짧은 휴식 후 마운드에 올리는 승부수를 띄운 것. 실제로 쿠에바스는 이날 경기 도중 패딩을 벗고 유니폼만 입은 채로 더그아웃을 서성였다. 하지만 기회는 오지 않았다. 초반부터 기세가 기울었고, 6차전 선발을 염두한 상황에서 쿠에바스를 내보내기엔 다소 애매한 스코어가 이어졌다. 결국 쿠에바스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준우승 순간을 지켜봐야만 했다.경기 후 KT 선수들이 하나둘씩 짐을 싸들고 나가는 순간에도 쿠에바스는 멍하니 서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고영표를 따뜻하게 안고 토닥인 그는 선수들이 모두 라커룸으로 들어가자 벤치에 앉아 다시 그라운드 쪽을 바라봤다. 그의 신발엔 아직 스파이크가 신겨져 있었다. 언제든 등판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놓은 상태였다. 쿠에바스는 2021년에 이어 이번 가을야구에서도 투혼과 희생정신을 발휘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5구를 던졌던 쿠에바스는 사흘 휴식 후 4차전 마운드에 올라 호투를 펼쳤고, 닷새 뒤 KS 2차전에 나서는 강행군에도 쿠에바스는 군말 없이 공을 던졌다. 아쉽게 우승엔 실패했지만, 외국인 투수가 보여준 투혼과 희생정신은 남달랐다. 정규시즌 무패 승률왕(12승, 100%). 조건만 갖춰진다면 그는 내년 시즌에도 KT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잠실=윤승재 기자 2023.11.1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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